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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메모]윤 대통령이 도드라지게 한 가사근로자법의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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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행복한 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4-04-22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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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막기 법안(Closing the Loopholes bill)이 의회를 통과했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지난 2월12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다. 이 법안은 개인사업자로 분류된 화물노동자, 플랫폼 종사자의 최저보수 보장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보호하는 내용을 담았다.
호주 정부가 노동법 구멍을 막는 노동개혁을 진행한 것과 비슷한 시기 한국에선 되레 구멍을 ‘활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민생토론회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외국인 유학생·결혼이민자 가족을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가사노동자로 쓰자고 제안했다.
개별 가구(가사사용인)는 가사노동자 고용 시 최저임금법·근로기준법 등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비공식 부문에 있는 가사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2022년 6월부터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됐다. 문제는 가사근로자법은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서비스 제공기관(인증기관)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가사노동자에 한해 최저임금, 사회보험 등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최근 인증기관이 100개를 넘어서긴 했지만 최소 11만명가량으로 추정되는 가사노동자 중 가사근로자법 적용을 받는 이들은 아직 극소수다.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된 지 2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가사근로자법의 구멍을 파고드는 윤 대통령 발언이 나온 만큼 가사노동자 노동권 보호를 위한 논의를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가사근로자법 제정 이전인 2016년 12월 고용노동부에 국제노동기구(ILO)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에 가입하고, ‘가사사용인에 대해선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근기법 11조를 삭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조 가입하라는 오바마, 미조직노동자 지원하라는 윤석열
이강인을 위하여…지금은 잠깐 쉬어갈 때
‘감독 선임 결정권’은 전력강화위원회에
당시 노동부는 사적 공간인 가사노동 장소에 대한 근로감독의 어려움, 근로계약 등 행정절차 부담, 사회보험료·퇴직금 등 노무비용 부담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스페인, 프랑스 등은 개인 이용자가 가사노동자 고용 사실을 정부에 등록하도록 해 고용관계를 공식화하고 있고, 개별 이용자가 가사서비스 이용권 구매 시 이용요금에 시간당 사회보험료를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사회보험료 부과·징수의 어려움을 해결한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것은 가사노동을 포함한 돌봄노동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지와 돌봄노동을 사회적 책임으로 볼지다. 최저임금 안팎인 돌봄노동에 제 몫을 돌려주고, 돌봄노동은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관점으로 접근해야 저출생·고령화에 조금이라도 대응할 수 있다. ‘싼 값으로 이주민을 쓸 수 있도록 할 테니 개인이 돌봄을 해결하라’는 식으로 구멍을 방치하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교도소는 범죄자들에게 신체와 자유를 구속당한 채 불편을 감수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두려운 공간이다. 19년 차 교도관인 나는 입직 초기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한 번은 실수라고 하더라도 두 번 이상 재범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이 범죄를 단절하지 못하고 불편한 공간을 스스로 찾아오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찾아보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범죄심리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경찰서에서 비행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교도소를 출입하는 이들 대다수가 과거 비행청소년의 꼬리표를 달았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청소년기 비행의 원인을 살펴야 재범을 예방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귀결되었다. 내가 청소년기 비행에 높은 관심을 두고 소년범 상담을 지속하는 이유다.
그동안의 상담 경험으로 얻은 교훈은 청소년의 성장 환경과 욕구 수준이 비행과 밀접하다는 사실이다.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욕구가 제때 충족되지 않으면 불량 친구들과 어울리기 쉬워진다. 게다가 가정의 통제까지 벗어나 있다면 또래들과 부정한 방법으로 결핍된 욕구를 채우려 한다. 만약 부모의 이혼 등 가족의 구조나 기능에 결손이 있는 상황이라면 친구야말로 든든한 지원군이다. 유유상종 어울리면서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부정한 제안을 쉽게 수용하고, 집단의 압력 때문에 거절하기도 힘든 상황에 직면한다. 비행이 나쁜 행동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잠시 내려놓고 비행을 반복하게 된다.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나쁜 줄 알면서도 비행을 멀리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보살핌이 부족한 청소년이 주변의 도움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누군가 이끌어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나는 선도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만약 청소년기에 비행을 단절할 수 있다면 그 아이들을 더 이상 교도소에서 만나지 않을 수 있겠다는 기대를 품고 하는 일이다.
비행은 잘못되거나 그릇된 행동을 말하고, 범죄는 법규를 어기고 저지른 행동을 말한다. 비행 단계에서 주변의 적절한 보호와 통제가 없으면 범죄로 진전된다. 단순한 호기심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혹여 형사처벌을 받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되면 더 이상 선도적 차원의 개입은 어렵다. 그래서 우발적이거나 호기심에서 비롯된 행위를 국가가 개입해 형사처벌로 낙인을 찍기보다는 선도 차원의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2009년부터 상담을 시작한 내가 만난 비행청소년 중엔 결손가정 자녀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가정 내 정서적 불안이 비행 환경과 관련이 높다는 결론에 나는 도달했다. 무엇보다도 성장 기반이 되는 인스타 팔로워 늘리기 가정에서의 정서적 안정은 비행 환경으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는 데 결정적이다. 정서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는 가정에서 자라난 청소년이 자기조절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의 역할, 그중에서도 특히 아버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과거처럼 권위적이고 가부장적인 훈육방식은 요즘 아이들의 민주적 사고방식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해 갈등을 조장한다. 아버지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자녀는 가정을 이탈해 결국은 또래들에게 지지받으며 비행으로 이어지는 수순에 들어서게 된다. 그래서 비행행동을 줄이려는 노력은 궁극적으로 아버지의 훈육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더구나 청소년기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혼란과 방황을 경험하는 시기다. 갈등과 위기가 없는 건강한 가정에서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아버지의 역할과 가정 내 소통 강화를 강조하고 싶다. 이것이 바로 장차 중대한 국가 자원의 손실을 막는 지름길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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